[읽을거리] 천리마는 줬고 황무지는 안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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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적으로 아버지를 쏜 뒤 묵돌이 흉노의 선우가 됩니다. 기원전 209년입니다.

이웃 나라 동호(東胡)의 왕이 그를 얕잡아 봅니다. 아버지를 죽이고 올라온 애송이라고 본 거죠.

첫 번째 요구가 왔습니다. 죽은 두만 선우가 타던 천리마를 달라.

신하들이 분개했습니다. 선왕의 말을 어떻게 내주느냐고요.

묵돌은 아무렇지 않게 줬습니다.

두 번째 요구가 왔습니다. 당신이 아끼는 연지를 달라.

신하들이 또 분개했습니다. 이건 모욕이라고요.

묵돌은 그것도 줬습니다.

세 번째 요구가 왔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 있는 황무지 천 리를 달라.

아무도 안 쓰는 땅이었습니다. 신하 몇이 말했습니다. 쓸모없는 땅이니 줘도 그만이고 안 줘도 그만이라고요.

묵돌이 화를 냈습니다.

땅이란 무엇인가. 나라의 근본 아닌가.

그리고 줘도 좋다고 말한 신하들을 모두 참수했습니다.

곧바로 군사를 모으고 이번 싸움에서 도망하는 자는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방심하고 있던 동호를 급습해 왕을 죽이고 백성과 가축을 빼앗아 돌아왔습니다.

부하들은 두 번 죽었습니다

한 번은 쏘지 않아서 죽었습니다.

한 번은 주자고 해서 죽었습니다.

말과 여자는 줘도 됐고 쓸모없는 땅은 안 됐습니다. 그 기준을 아는 사람은 묵돌 하나뿐이었습니다.

처음 두 번 분개했던 신하들은 그때 틀렸습니다. 세 번째에 괜찮다고 한 신하들도 틀렸습니다.

같은 사람들이 같은 위치에서 두 번 다 틀렸습니다.

명적을 따라 쏘는 훈련이 왜 필요했는지가 여기서 보입니다. 기준을 알 수 없으면 남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화살이 간 데를 보고 따라 쏘는 것이요.

그 화살에서 나온 말

명적은 우는 화살입니다. 화살 끝에 속이 빈 깍지를 달아 쏘면 공기가 지나가면서 소리가 납니다.

전쟁터에서 그 소리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신호였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그 말을 씁니다.

효시(嚆矢). 울릴 효에 화살 시입니다. 지금은 어떤 일의 맨 처음이라는 뜻으로 쓰죠.

한글 소설의 효시는 홍길동전이다, 할 때 그 효시입니다.

시작을 알리는 소리라는 뜻은 남았고, 그 소리를 듣고 모두가 같은 곳을 쏘았다는 쪽은 잊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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