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후보 논란이 남긴 질문들

장관 되면 의원직 내려놓는다 — 누가 정한 걸까요.

법에는 없습니다. 진짜로요.

국회법을 아무리 뒤져도 “장관 되면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조문은 없습니다. 오히려 겸직할 수 있다고 적혀 있어요.

그런데 26년간 아무도 안 했습니다. (누군가 겸직했다고 기억하신 분들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혼동하셔서 그렇습니다)

2000년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이 임명되자마자 비례 의원직을 내려놨고, 2009년 이달곤, 2015년 강은희, 2022년 이영도 그랬습니다. 강은희는 처음엔 안 내려놓으려다 여론에 밀려 결국 내려놨고요. 정권이 바뀌어도, 여야가 뒤집혀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한 사람이 안 내려놓겠다고 했습니다.

8월 30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이유는 이렇습니다. 기본소득당 의원은 자기 하나뿐이고, 사퇴하면 당이 원외정당이 된다는 것.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는데, 이게 불씨가 됐습니다.

“비례의원직 사퇴라는 관례가 정치인들 사이에 자리 나눠 먹기로 사고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26년간 미덕으로 불려온 걸 구습이라고 부른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좀 꼬였습니다.

용 후보자가 사퇴하면 그 자리를 누가 받느냐. 기본소득당 차순위가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재순 전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입니다.

기본소득당이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명부로 의석을 얻었기 때문이에요. 관행의 원래 논리가 “내려놔도 우리 당 다음 사람이 받으니 괜찮다”였는데, 그 전제가 없었습니다.

물론 반대편에선 이럽니다. 그 위성정당은 누가 만들었냐고요. 그리고 그 명부에 올라 배지를 단 건 누구냐고요.

국회에는 법안이 두 개 올라왔습니다.

  • 나경원 의원의 정치자금법 개정안, 별칭 ‘용혜인 방지법’
  • 김재섭 의원의 국회법 개정안, 별칭 ‘공직과욕방지법’

26년간 아무도 법으로 안 만든 걸, 그제야 만들겠다고 나선 겁니다.


그리고 9월 13일, 용 후보자가 물러났습니다.

장관 후보직을 내려놓고 의원직을 지켰습니다. 지명 14일 만이었어요.

결정적이었던 건 민주당의 요청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국민적 공감대 부족”이었어요. 위법도, 부당함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법이 아니라 여론이 결론을 냈습니다. 2015년 강은희 때와 똑같이요.

관행이 이겼습니다. 27년째, 법 없이.


그런데 끝난 게 아닙니다.

의석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그 의석이 누구 것이냐는 질문도요.

26년간 아무도 법으로 안 만든 이유도 안 밝혀졌습니다. 이번에도 안 만들 것 같고요.

국회법 29조가 권리를 준 건지 금지에서 빼둔 것뿐인지도 그대로입니다.

퀘스천스가 묻고 싶은 건 여기입니다. 법과 관행이 충돌할 때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때론 관행이 개혁과 진보를 막습니다. 하지만 때론 관행이 법이 규정하지 못한 틈을 메웁니다.

이번 일에서 관행과 법은 어떻게 작동했을까요?

여러분 생각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