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점] 비례대표는 장관 임명시 지역구 의원과 달리 의원직을 사퇴해야 할까?

먼저 오해 하나 풀고 가겠습니다.

“장관 된 국회의원이 의원직 유지하는 거 많이 봤는데?” 맞습니다. 봤습니다. 지역구 의원이었을 겁니다.

지역구 의원은 장관이 돼도 의원직을 그대로 둡니다. 표결 있으면 장관이 국회에 의원 자격으로 출석하는 장면도 흔하고요. 개각으로 장관에서 물러나면 자동으로 다시 의원이 됩니다. 아무도 뭐라 안 합니다.

비례대표만 내려놓습니다. 왜 다를까요?


이유 하나. 빈자리를 누가 메우느냐

지역구 의원이 사퇴하면 그 지역은 대표가 없어집니다. 채우려면 보궐선거를 해야 하고, 그럼 돈과 시간이 듭니다. 그동안 그 동네 사람들은 국회에 자기 몫이 없고요.

비례대표는 다릅니다. 명부에 다음 사람이 적혀 있어요. 사퇴하면 그 사람이 올라옵니다. 선거도 공백도 없습니다.

“비례는 내려놔도 손해가 없다”는 말이 성립합니다.

이유 둘. 애초에 누구를 뽑은 거냐

지역구는 사람을 뽑습니다. 그 동네 사람들이 그 사람을 보고 찍었어요. 비례대표는 정당을 뽑습니다. 투표용지에 개인 이름이 없죠.

그래서 이런 논리가 나옵니다. 비례 의석은 개인 것이 아니라 정당 것이다. 그러니 개인이 다른 자리로 가면 정당에 돌려주는 게 맞다는 겁니다.

이건 그냥 정서가 아니라 제도의 변천사가 만든 논리입니다. 전국구는 원래 집권당 의석 불리기 수단이었는데, 지금은 지역구에서 불리한 쪽의 국회 진출을 돕는 장치가 됐거든요. (팩트카드)

여기까지는 깔끔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이 논리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용혜인 후보자가 사퇴하면 기본소득당 차순위가 올라오는 게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재순 전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이 승계했을 겁니다. 기본소득당이 자기 명부로 의석을 얻은 게 아니라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명부에 올라 당선됐기 때문이에요. 2020년, 2024년 모두 용 의원은 기본소득당 후보가 아니라 2020년에는 더불어시민당, 2024년에는 더불어민주연합, 두 번 다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 명부로 당선된 뒤 기본소득당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기본소득당 입장에선 돌려주면 다른 당으로 갑니다. 그러면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이 되어 버립니다. 

“정당 것이니 정당에 돌려주라”는 관행인데, 돌려줄 정당이 다르다보니 당이 국회에서 사라집니다.


그래서 두 주장이 충돌했습니다.

용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은 비례대표와 지역구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법이 겸직을 허용하는데 비례대표만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고,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이 국회에서 사라진다는 거죠.
용 후보에 반대했던 이들은 비례대표를 관행대로 원래 순번의 후보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26년간 여야 없이 지켜온 관행이고, 위성정당 명부로 얻은 자리를 또 한 번의 예외로 지키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었고요.

그 이면에는 용 의원의 자리가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이 담겨있습니다.
용 의원이 현재 기본소득당 소속이므로 기본소득당에게 돌아가야 할 자리일까요, 아니면 그 의석은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 몫으로 당선된 자리이기에 더불어민주당에게 돌아가야 할 자리일까요?

9월 13일, 용 후보자는 장관 후보직을 내려놓았습니다.

의석은 지켰습니다. 그러니까 이 질문은 아직 답을 못 찾았어요. 2028년 총선까지 그 의석은 기본소득당 의원이 씁니다. 더불어민주연합 명부에 있던 고재순 전 사무총장은 올라오지 않고요.

여러분의 의견을 여쭙습니다. 이 의석은 애초에 기본소득당 것일까요, 더불어민주당 것일까요. 아니면 — 누구 것인지 말할 수 없는 자리를 만들어낸 제도부터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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