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점] 사법부 독립 — 법이 보호하는 건 법관의 권리인가, 대법원장의 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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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독립.’
같은 말이 다르게 쓰일 때가 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회나 대통령이 대법원에 문제를 제기할 때 사법부의 독립을 강조해 왔습니다.

2025년 5월 14일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청문회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출석을 요구했을 때, 조 대법원장이 이를 거부하며 든 근거 중 하나가 헌법 103조였습니다. 사법 독립에 반한다는 것. 이번 대법관 재제청 거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2018년에 사법부 독립은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하고 판사들을 관리했다는 의혹. 그때 침해당한 개별 판사들의 권리를 ‘사법부 독립’의 침해라 불렀습니다.

같은 조문인데 방향이 반대입니다.

조문을 펴봅시다

헌법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한 문장입니다. 그리고 주어가 “법관”입니다. 대법원장이 아니라 재판을 담당하는 개별 법관입니다.

법원 공식 홈페이지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사법권의 독립은 법관이 어떠한 외부의 간섭 없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의미합니다.”

사법권 독립의 정의가 재판상 독립입니다. 목적은 하나예요. 판사가 소신대로 판결할 수 있게 하는 것.

어디 가서 썰 풀기 좋은 글[Perspective] “사법 독립은 전면적 독립이 아니라 제한된 독립이다”"우리는 적을 만났다. 그리고 그건 우리다" 2003년, 타이완 사법원이 미국에서 한 사람을 초청했습니다. 로저 K. 워런(Roger K. Warren). 당시 미국 주법원센터 회장이었습니다. 주법원센터는 1971년 연방대법원장 워런 버거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more

‘사법농단’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그럼 그 소신을 누가 흔들 수 있느냐.

외부만이 아닙니다.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집회 사건 재판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이 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담당 판사에게 전화로 “보석을 신중히 결정하라”고 하고, 이메일로 재판 진행을 독촉한 게 드러났거든요.

대법원 진상조사단은 재판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현직 대법관이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된 건 사법사상 처음이었고요.

그런데 윤리위 결론이 이랬습니다. 재판에 관여한 건 맞지만 징계위에 회부할 정도는 아니다.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기준이 확립돼 있지 않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결국 대법원장의 엄중경고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서울 지역 법원 단독판사들이 잇따라 판사회의를 열어 이건 명백한 재판개입이라고 결론 냈습니다.

그리고 2017년부터 사법농단 사태가 터졌습니다.

법원장이 매년 판사들의 동향을 정리해 ‘인비(人秘)’라고 적은 봉투에 담아 법원행정처장에게 전달했습니다. 사법행정을 비판하거나 부담을 준 판사들을 추린 내용이었고요.

법원행정처는 그 보고를 바탕으로 ‘물의 야기 법관’ 문건을 작성했습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대법원의 입장과 배치되는 하급심 판결을 선고한 법관도 분류 대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문건이 다시 법원장에게 내려가 사무분담과 근무평정에 반영됐습니다. 이에 따라 지방으로 보내고 승진에 영향을 줄 수 있었죠.

즉, 법원장이 보고하고, 위에서 분류하고, 다시 내려와 평정이 되는 순환이었습니다. 이런 문화에서 사법부의 독립은 잘 지켜질 수 있을까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감옥에 가지 않았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019년 2월 기소됐고, 2024년 1월 1심에서 전부 무죄, 2026년 1월 항소심에서 47개 혐의 중 2개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지금 상고심이 진행 중입니다.

다만 유죄가 된 건 두 건뿐입니다. 유죄가 된 두 건은 재판 개입이었습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그리고 행정소송 항소심에 개입한 것.

인사 관련 혐의는 1심과 2심 모두 무죄였습니다. 1심 판결문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매년 1000명 이상 전보인사가 행해지니 대법원장이 법관 한 명 한 명에 대해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겁니다. 1인이 1000명 이상 전보 인사에 대한 막강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지만, 바로 그렇기에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선 면죄가 될 수 있다는 판결이었습니다.

한 헌법학자가 논문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개별 법관도 명예심을 지닌 인간인 이상 향후 인사에 있어서 불이익을 당하는데도 독립해서 소신 있는 판결을 내릴 것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이 더 아픕니다.

“그간 사법부는 설령 독립적이었을지 몰라도 개별 법관들은 독립적이지 못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정작 사법부 또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했다.”

사법부의 독립이 중요하다면, 사법농단 이후 어떤 조치가 취해졌습니까?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네 가지가 시도됐습니다.

첫째, 소위 ‘줄 서기’를 만들 수 있는 승진 사다리를 한 칸 없애기로 했습니다. 지방법원 부장판사 중 일부만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올려주던 제도를 없애자는 거죠.
둘째, 법원장을 대법원장이 낙점하지 않게 했습니다. 그 법원 판사들이 투표로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셋째, 법원행정처에서 판사를 빼기로 했습니다. 판사가 행정처에 가는 게 출세 코스가 되고, 그 행정처가 다시 판사들을 관리하는 구조였으니까요.
넷째, 아예 법원행정처를 없애고 외부 인사가 다수인 위원회를 만들자는 법안이 2020년 발의됐습니다.

이중 첫째는 이뤄졌습니다. 법으로 만들어졌거든요.
둘째와 넷째는 사라졌습니다. 법원장 추천제는 2024년 11월, 법원행정처장이 내부망에 글 하나를 올려 사실상 폐지했습니다. 인기투표로 전락했다는 이유였고요. 넷째는 법안이 통과되지 못해 무산됐다가 2025년 다시 발의된 상황입니다.
셋째, 법원행정처에서 판사를 빼는 건 추진했지만 잘 안됐습니다. 2021년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2년간 행정처 판사를 대신할 외부 변호사 13명을 뽑았는데 8명만 남았습니다. 2020년 공모로 선발된 계약직 변호사 6명 중 2명은 임용 한 달 만에 떠났고요.

사법농단이란 초유의 사태를 겪은 뒤 사법부의 독립이란 헌법 수호의 과제를 두고 취해진 조치들의 현재입니다. 충분합니까?

여쭙습니다.

헌법 103조가 지키려는 건 누구의 무엇입니까.

법관이 사법부의 압박에서 독립하는 것입니까. 대법원장이 국회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둘 다입니까.

그리고 하나 더. 사법농단 이후 9년이 지났습니다. 법이 된 건 하나뿐이고, 재량으로 만든 건 5년 만에 되돌아갔습니다.
사법부 독립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아무도 그걸 법으로 만들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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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을 읽어 보고 쓰는 거야. 읽어봤지?

누군가를 말로 패주고 싶다면 잘못 왔어. 욕과 조롱은 금지. OK?

아, 그리고 유머감각을 잊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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