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사법 독립은 전면적 독립이 아니라 제한된 독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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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적을 만났다. 그리고 그건 우리다”

2003년, 타이완 사법원이 미국에서 한 사람을 초청했습니다.

로저 K. 워런(Roger K. Warren). 당시 미국 주법원센터 회장이었습니다. 주법원센터는 1971년 연방대법원장 워런 버거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기관으로, 미국 주 법원 시스템의 개혁을 다루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 이력이 좀 특이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북캘리포니아 법률구조를 이끌었습니다. 그다음 판사가 됐고요. 새크라멘토에서 20년을 일했습니다. 소년법원 수석판사, 상급법원 수석판사, 그리고 카운티 1심법원 전체의 수석판사를 지냈습니다.

새크라멘토 소년사법 기관들이 그의 이름을 딴 상을 만들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사법부 바깥에서 사법부를 비판한 사람이 아닙니다. 20년을 그 안에서 보낸 사람이 동료 판사들 앞에서 한 말입니다.

연설 제목은 「사법 독립, 사법 책임성, 그리고 사법개혁」이었습니다.

첫 번째. 독립은 목적이 아닙니다

워런이 연설 중반에 이렇게 말합니다.

“미국의 경험에서 말하자면, 판사들은 사법 독립이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목적에 이르는 수단이라는 것을 종종 잊는다. 사법 독립의 목표는 법치, 권력분립, 그리고 자유로운 사회를 지키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사법권의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행사다. 사법 독립은 그 목표에 이르는 수단이다.”

그리고 바로 이어집니다.

“판사들이 사법 독립을 그 자체로 목적인 것처럼 말할 때, 대중과 다른 부는 사법부가 스스로를 다른 부보다 우월하다고 여기거나 오만하다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

두 번째. 제한된 독립입니다

“더 나아가 사법 독립은 전면적 독립이 아니다. 제한된 독립이다. 모든 영향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부당한 영향으로부터의 자유일 뿐이다.”

그가 구체적으로 나눕니다.

비판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닙니다. 부당한 비판과 위협, 보복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상소심 심사로부터의 자유가 아닙니다.
법정에서 변호인이 제시하는 논거의 영향으로부터의 자유도 아닙니다. 다만 일방적이거나 부적절한 접촉으로부터는 자유로워야 합니다.

제도적 독립에 대해서도 선을 긋습니다.

“법원이나 사법부가 다른 어떤 부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대등하다. 입법부가 법률과 예산을 정하는 역할, 검사가 법을 집행하는 역할, 이것들도 정부의 대등한 기능이다.”

그리고 이 대목이 이 연설에서 가장 자주 인용됩니다.

“사법부는 진공 속에서 작동할 수 없다. 사법 독립은 사법적 고립이나 사법적 분리가 아니다. 분리는 의심을 낳고, 의심은 불신을 낳는다. 독립은 상호의존을 통해 달성되는 것이다.”

어디 가서 썰 풀기 좋은 글[논점] 사법부 독립 — 법이 보호하는 건 법관의 권리인가, 대법원장의 권리인가?'사법부의 독립.' 같은 말이 다르게 쓰일 때가 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회나 대통령이 대법원에 문제를 제기할 때 사법부의 독립을 강조해 왔습니다. 2025년 5월 14일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청문회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출석을 요구했을 때, 조 대법원장이 ...more

세 번째. 독립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워런이 연설 후반에 이런 표현을 씁니다.

“사실 (국민과의) 거래라고 생각한다. 사법 독립의 대가로 국민들은 적절하고 효과적인 수행을 기대한다. 사법부에 독립이 주어지는 것은 우리가 일을 잘하고, 공정하게 판단하고, 법을 정의롭게 집행한다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우리는 공복(public servants)이다.”

그리고 그 거래를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 말합니다.

“우리가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우리 자신의 독립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 자신의 부실한 수행이야말로 사법 독립에 대한 가장 강한 도전이 들어오는 문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 문장을 더 붙입니다.

“우리가 우리 수행에 대해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 독립에 대한 공격에 불평할 위치에 있지 않다.”

네 번째. 가장 큰 위협은 우리 자신입니다

워런이 사법 독립에 대한 위협을 길게 나열합니다.

자기 이익이나 가족, 친구를 위해, 혹은 복수와 악의로 사법 절차를 타락시키려는 사람들. 돈이나 약속을 제시하는 사람들. 위협하거나 일방적으로 법원에 접촉하는 사람들. 판사 선발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치려는 사람들. 사법부에 충분한 예산을 주지 않거나, 인력을 통제하려 하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사업에만 선별적으로 예산을 주려는 사람들.

여기까지가 외부 위협입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문단이 이렇습니다.

“그러나 아마도 미국을 포함한 우리 여러 사법부에서 사법 독립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우리 자신이다.”

그리고 미국 만화 캐릭터 포고의 말을 인용합니다. 환경운동에서도 자주 쓰이는 문구죠.

“우리는 적을 만났다. 그리고 그건 우리다.”

이어서 미국 법원에 대한 불만 목록을 나열합니다. 재판이 너무 느리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사람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안 된다, 법원에 편파가 있다, 흑인 시민이 백인보다 덜 공정하게 대우받는다, 영어를 쓰는 미국인이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 판결이 때로 정치적 고려나 선거 자금에 영향받는다.

그리고 이렇게 씁니다.

“이러한 결함은 미국에서 실재한다. 사법부에 대한 정당한 불만이 장기적으로는 부당한 영향보다 훨씬 큰 위협이다.”

다섯 번째. 신뢰가 핵심입니다

워런은 불만 중에서도 특정한 종류가 위험하다고 봅니다.

“국민들은 법원이 너무 느리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이 법원에 대한 그들의 믿음이나 신뢰를 무너뜨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법원이 불공정하다고, 판사가 중립적이지 않다고, 정직하지 않다고, 믿을 만하지 않다고, 성실성이 없다고 생각할 때, 이것들은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인격의 문제다.”

그리고 이렇게 묻습니다.

“사법부가 스스로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사건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판단하지 못한다면, 다른 부나 공중이 왜 독립적인 사법부에 양보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그가 든 원칙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의 체계다. 사법권을 포함해 어떤 통치 권력도 절대적이지 않다. 우리가 사법권을 비효과적으로, 부적절하게, 혹은 부실하게 행사한다면, 다른 부들은 분명히 우리 권한을 견제하고,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 운영에 개입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연설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사법부의 권위는 지갑도 칼도 아닌, 궁극적으로 그 도덕적 권위에 대한 상당한 공적 신뢰에 달려 있다.”

여쭙습니다.

워런이 말한 거래가 있다면, 우리 사법부는 그 대가로 무엇을 내놓고 있습니까?

그리고 하나 더. 그는 사법부의 가장 큰 위협이 사법부 자신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의 사법부는 사법 독립을 위해 스스로로부터의 방어를 어떻게 구축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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