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Winners Take All : 개혁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

‘Winners Take All’ 하면 《맘마미아!》 나오는 아바 노래 떠올리신 분. 그건 ‘The Winner Takes It All’입니다. 비슷하게 생겼는데 하나는 실연당한 노래고 하나는 논문이에요.

조엘 헬만(Joel S. Hellman)이 1998년에 쓴 논문 제목입니다. 논문 자체는 경제개혁 얘기지만 저희는 검찰개혁에 이 관점을 투영해 볼까 합니다.

이 논문의 질문은 하나예요. 누가 개혁을 막는가.

개혁은 J커브를 그립니다. 좋아지기 전에 일단 나빠진다는 뜻이죠. 그래서 개혁 정부는 늘 이런 처지가 됩니다. “지금은 좀 힘드시겠지만 나중에 좋아집니다, 믿어보세요.”

그러면 손해 보는 쪽이 화를 냅니다. 시위하고, 투표로 심판하고,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높게 나오죠. 다들 이 사람들이 개혁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헬만이 헬만이 소련 해체 뒤 시장경제 개혁을 시작한 20여 개 나라를 조사해 보니, 진짜 ‘개혁의 적’은 그들이 아니었습니다.

패자들은 실제로 개혁 정부를 여러 번 갈아치웠어요. 근데 개혁 자체는 안 뒤집혔습니다. 1989~1994년 전체에서 개혁 점수가 후퇴한 건 딱 두 건, 그것도 소폭이었어요. 심지어 러시아는시장경제 개혁을 이끌던 예고르 가이다르(Yegor Gaidar)가 쫓겨난 뒤에 도리어 민영화가 제일 크게 진전됐습니다. 심판은 받았는데 정책은 그대로였던 거죠.

그럼 누가 막았냐. 초기 1단계 개혁, 즉 개혁 초기에 제일 크게 번 사람들이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개혁이 일부만 진행된 상태가 일부 사람들에게는 가장 돈 벌기 좋은 환경이었어요. 이를테면 가격은 풀었는데 아직 독점기업은 유지된다? 이 타이밍에 독점을 누리면 큰 돈을 법니다. 무역은 열었는데 국내 가격은 통제 중이다? 이 타이밍에 보조금 받은 원자재를 국제 시세로 팔면 됩니다. 민영화는 했는데 기업지배구조가 없다? 이 타이밍이 회사 자산을 빼 먹을 때입니다.

실제로 러시아는 탈공산화 기간에 지니계수가 두 배가 됐습니다. 지니계수는 한 사회에서 소득이나 재산이 얼마나 불평등하게 나뉘어 있는지 보여주는 숫잡니다. 상위 20%의 소득은 20%포인트나 늘었어요. 다른 개혁 잘한 나라들 상위 20%평균은 2.8%포인트 늘었는데 말이죠.

이 사람들에게 딱 지금이 최고입니다. 개혁이 완성되면 경쟁이 생겨서 지대가 사라지고, 개혁이 아예 없었으면 그 자산을 애초에 못 가졌겠죠.

그래서 이들은 개혁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지한다고 말해요. 진심이기도 하고요. 1단계까지는요.

여기가 이 논문의 무서운 대목입니다.

패자는 시끄럽게 반대하지만 못 막습니다. 승자는 조용히 있으면서 막습니다. 돈과 조직과 정부 접근권이 이미 있고, 숫자가 적어서 단합도 쉽거든요.

개혁의 최대 위협은 개혁에 찬성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여론조사엔 안 잡힙니다.

헬만은 이 상태를 ‘부분 개혁 균형’, 즉 되다만 개혁아 누라는 균형이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경고합니다. 부분 개혁은 완전 개혁보다 나쁘고, 때로는 아예 개혁 안 한 것보다도 나쁠 수 있다고.


여기부턴 저희 가설입니다. 반론 환영합니다.

안기부가 쎄던 시절, 검찰은 지금 같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쪼렙이었죠.

민주화가 되고 정보기관 권한이 깎여나갈 때, 검찰은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자신들이 그 개혁의 승자였거든요.

그리고 그 뒤 수십 년간, 검찰개혁은 계속 좌초했습니다. 누가 막았는지 말 하면 입 아프죠. 검찰 입장에선 개혁은 딱 거기서 멈춰야 했습니다.

이제 검찰이 대패질을 당할 차례가 왔습니다. 그럼 이번 승자는 누구일까요.

경찰인 것 같은데, 흥미로운 게 하나 있습니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환영한 건 경찰 수뇌부였고, 우려한 건 현장 저연차였습니다. 같은 조직 안에서 반응이 갈렸어요.승자는 경찰 중에서도 일부일 수 있습니다.

헬만이 옳다면, 미래에 우리는 2026년을 뭐라고 부르게 될까요? 검찰개혁의 완성입니까, 아니면 다음 승자가 탄생한 해입니까?
승자가 된 경찰 수뇌부가 향후 30년을 더 이상의 경찰개혁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징하게 막아서는 20년을 보게 될까요?

헬만이 한 말 중 기억해 둘 문장이 있습니다.

“승자를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기존 정치경제 모델들이 배제하려 했던 바로 그 집단 — 개혁의 단기 패자 — 의 정치적 포용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댓글 4

  • 키가길어싱거운짐승

    이게요. 대충은 헬만의 말에 동의하지만, 반혁명자들을 포용 같은 멋진말로 포장하는건 별로 탐탁치 않아 보여요.
    실제로 반성하지 않는 상대를 포용하는건 양쪽다 불가능하단 현실이 있거든요.
    식민지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우리가 납득하지 않고 김학의 사건을 반성하지 않는 검찰을 우리가 포용하고 있느지를 생각해 보면 간단하죠.
    걍~ FBI의 오랜 정치간섭을 힘으로 틀어막은 미국 모델이 맞다고 봐요.
    1947년 CIA만들고 FBI 국장의 임명을 제한해 견제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 걸로도 잘 안되자 1979년엔 "Levi 지침"을 만들어 정치적 간섭이 있는 수사는 법무부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만들어 버려요.
    그 결과 2년만에 정치관련 수사가 9800건에서 640건으로 줄죠.
    그런데 사실 "지침"같이 느슨한 제도로 이게 가능 했던건 무엇보다 서로 수사기관을 동원하는건 정권이 바뀔때마다 보복의 악순환이 누구한테도 좋을게 없다는 언더테이블 합의가 있어서 가능 했다는 점에서 ........... 수사기관의 정치 불간섭의 길은 우리나라의 국민 수준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게 문제입니다.
    포용은 헬만이 살던 사회에서나 가능하지 가해자가 공공연히 포용을 협박하는 사회에선 불가능 하다는..........

  • 헝헝

    마지막 줄 공감. 결국 정부가 검찰을 포용해야 경찰을 콘트롤할 수 있을 겁니다.

  • 소쿠리

    "부분개혁균형(Partial Reform Equilibrium)"이군요. 이렇게도 풀 수 있군요.

  • 참션

    이 관점으로 많은 게 설명됨. AI 찾아보니 "부분개혁균형(Partial Reform Equilibrium)"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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