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점] 물리적으로 경찰이 수사를 다 감당할 수는 있는 거야?

살면서 경찰서 갈 일 없는 게 최고입니다. 근데 인생이 그렇게 안 굴러가죠. 고소하고, 고소당하고, 다들 그러고 삽니다.

검사 보완수사권 없앤다는 뉴스 보고 다들 똑같은 생각 했을 거예요. “아 X됐다. 이상한 경찰 걸리면 초장부터 끝나는 거 아냐?”

근데요. 이상한 경찰은 그나마 나은 걱정입니다.


경찰의 ‘일 지옥’ 문제

진짜 무서운 건 좋은 경찰을 만나도 그 사람이 감당할 여력이 될런지입니다. 수사관 한 명이 지금 사건을 몇 건 들고 있는지 보세요(팩트카드). 검수완박으로 검찰이 놓은 일이 통째로 경찰한테 넘어왔고, 이제 검찰 갔다가 “다시 해오세요” 하고 돌아오던 것까지 경찰이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경찰이 검찰에 안 넘기고 그냥 끝내버리는 불송치가 2021년 61만 건에서 2023년 75만 건이 됐습니다. “아니 이걸 왜 종결해요?” 하는 이의신청은 더 빨리 늘어서 2만5천 건 → 5만3천 건. 4년 만에 딱 두 배 넘었어요.

여기다 10월부터는 스톱워치까지 켜집니다. 접수한 날부터 3개월.

사건은 쌓이고, 사람은 없고, 시계는 돌아가고. 이 삼박자의 결말이 뭔지는… 뭐, 다들 아시잖아요.

그래서 현직 경찰들도 “그 보완수사라는 거, 좀 나눠 하면 안 될까요…” 합니다. 없어지는 권한을, 안 없어지는 쪽이 아쉬워하는 진풍경이에요(팩트카드). 물론 경찰도 사람 미친 듯이 뽑고 있습니다. 근데 채용 공고 낸다고 다음 주 월요일에 20년차 수사관이 걸어 나오진 않죠.

또한 대한민국 검사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똑똑한 인재’들입니다.  복잡한 금융범죄를 직접 수사하던 지휘관들이 하루아침에 빠져나가고 될 만큼 경찰의 역량은 준비되어 있을까요?

 


 

느리게 개혁하다 미얀마 될라

자, 여기서 반대편.
“지금 안 하면 영영 못 한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 근거가 없는 게 아니에요.

“준비될 때까지 기다립시다.”
지난 20년간 검찰개혁이 엎어질 때마다 나온 대사가 정확히 이겁니다.

‘준비될 때까지 기다립시다’란 말을 아주 성실하게 10년간 지킨 나라가 있습니다.
2011년 미얀마. 군부가 민간에 정권을 넘깁니다. 다들 박수쳤어요. 근데 계약서 하단에 깨알같이 적혀 있던 게 있었습니다.

  • 의석 25%는 선거 없이 군부가 가져감
  • 내무·국방·국경 장관은 군 총사령관이 임명
  • 개헌하려면 75% 넘게 찬성해야 함

25%를 쥔 놈이 있는데 75%가 나올 리가요. 자기 못 건드리게 하는 조항을, 자기가 거부권 가진 헌법에 박아둔 겁니다. 아주 그냥 설계가 예술이에요.

그래도 개혁파는 열심히 갔습니다. 되는 것부터 하나씩. 2015년 총선 이겼고, 2020년엔 더 크게 이겼고. 2019년에 개헌도 시도했는데 그 25% 벽에 그대로 막혔죠. 그리고 2021년 2월 1일 새벽.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10년의 노력을 하룻밤에 되감았습니다. 미얀마는 지금도 내전 중이고요.

남겨둔 권한은 언젠가 쓰입니다. 좋게 쓰이면 다행이죠.

한국 검찰이 그동안 어떻게 썼냐면… 김학의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정치인 사건은 빼고도 이 정도입니다. 말해 뭐 하나요. 실화뉴스 보십시오.

여기에 아무도 대놓고 말 안 하는데 다들 아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지금은 여당이 국회 175석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구간이라는 것. 정권 바뀌면 이 문은 닫힙니다. 저쪽 시계는 경찰 충원 속도가 아니라 선거 일정에 맞춰져 있어요.

정직한 논거지만 가장 아픈 반문을 부릅니다. 이 일정은 국민의 사정에 맞춘 겁니까, 정치의 사정에 맞춘 겁니까?

 


 

퀘스천스의 질문 : 경찰 준비가 먼저입니까? 준비 먼저 하다간 영영 검찰 개혁 못합니까?

추가로  날짜 두 개만 놓고 가겠습니다.

경찰 수사를 지켜보던 검사는 올해 10월에 손 뗍니다.
경찰 수사를 지켜볼 카메라(압수수색 전 과정 영상녹화, 수사기록 즉시 등재)는 2027년 8월에 켜집니다.
향루 10개월 간 경찰을 감시하는 카메라는 없습니다.

그래서 여쭙습니다. 검찰개혁, 경찰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아니면 지금 안 하면 영영 못 합니까? 또한 하면 이런 식으로 해야 합니까?

한쪽만 패는 건 쉬워요. 쉬운 만큼 재미도 없고요. 두 개 다 저울에 올려주세요. 아울러 잘못된 팩트에 대한 반론 환영합니다.

기다리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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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써. 대신 이것만 확인해줘.

위의 글을 읽어 보고 쓰는 거야. 읽어봤지?

누군가를 말로 패주고 싶다면 잘못 왔어. 욕과 조롱은 금지. OK?

아, 그리고 유머감각을 잊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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