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영화 「야스쿠니」논란은 어떻게 끝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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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일본에서도 영화 한 편이 좌우 진영을 가르는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야스쿠니(靖国)」란 123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로 중국 출신으로 일본에서 오래 활동한 리 잉(李纓) 감독이 10년에 걸쳐 만든 작품입니다.

영화 자체는 야스쿠니에 대한 찬양도 비판도 없는 카메라 기록입니다. 카메라는 그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사람들을 따라갑니다. 군복을 입은 참배객, 정치인들, 반대하는 시위자와 그들을 공격하는 우익 인사, 그리고 야스쿠니도(靖国刀)를 만든 마지막 세대의 도공 가리야 나오지(刈谷直治)가 등장합니다. 영화는 감독이 신사에 모인 사람들을 깊게 해설하기보다 카메라로 기록하고 병치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평가됐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 영화가 불편했습니다.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비판적 영화라고 해석하는 이들이 생겼습니다.
Japan Times도 아예 “영화가 우리에게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아서 혼란이 생겼다”는 제목으로 이 논쟁을 다뤘습니다.

곧 문제를 삼은 국회의원들이 생겼습니다.

2008년 3월 12일, 국회의원 대상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이나다 도모미(稲田朋美) 의원 등이 속한 ‘전통과 창조의 모임’이 문화청을 통해 공개 전 영화를 보고 싶다며 시사회를 요청했습니다.

배급사가 처음엔 검열이라며 반발했다가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한다는 조건으로 승낙했습니다. 80명이 참석했습니다.

명목은 “국회의원들이 영화 제작비 지원이 타당한지 검토하기 위한” 시사회였습니다. 초점은 이 영화가 일본 문화청 소관 일본예술문화진흥회의 예술문화진흥기금 750만 엔을 받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나다 도모미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가 국민을 침략전쟁으로 몰아넣은 장치였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느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정치 선전이라며 공적 지원금의 객관성 요건을 따졌습니다.

의원 시사회 이후 영화가 ‘반일영화’라는 논란이 커졌고, 영화관에는 우익단체의 가두방송 차량과 항의전화 등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영화관 5곳이 관객과 주변 주민에게 미칠 피해를 우려해 상영을 취소했습니다. 4월 12일부터 상영할 예정이던 곳들이었습니다.

일본 언론의 태도

4월 2일, 주요 신문 네 곳이 같은 날 일제히 사설을 냈습니다.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은 이런 압력 때문에 극장이 상영을 포기하기 시작하면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좁아진다”고 했고, 마이니치신문(毎日新聞)은 “묵과할 수 없다”며 국회의원이라면 오히려 영화가 상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수 성향인 요미우리신문(読売新聞)과 산케이신문(産経新聞)도 상영중단에 반대하는 사설을 썼습니다. 산케이는 영화 자체는 문제적이라고 비판했지만,  이렇게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상영 중지로 그 기회가 사라진 셈이 됐다.”

이들의 목소리는 같았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어선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야스쿠니』 상영을 봉쇄해서는 안 된다」는 사설을 냈습니다.

4월 4일에는 일본변호사연합회가 회장 담화를 냈습니다. “영화라는 표현 수단이 헌법 21조가 보장하는 언론 및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면서요.

언론과 영화계와 시민단체의 항의 성명은 30건을 넘었습니다.

일본 우익의 태도

영화관들의 상영 중지가 확정되자, 4월 10일 영화인과 저널리스트들이 모여 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신우익 단체 일수회 고문 스즈키 쿠니오(鈴木邦男)도 참석했습니다.

그는 상영 중지에 반대한다면서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우리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것은 사과하고 싶다. 우리도 아직 영화를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상영 중지를 바란 것은 아니다. 일부 앞서 나간 행동을 한 젊은이가 있었고, 오히려 동료들로부터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고 질책받을 정도여서 그 자신도 당혹해하고 있다. 이 영화가 반일인지 아닌지는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그러려면 공개해주지 않으면 판단할 수가 없다. 영화관에 상영해달라고 간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40년간 이 활동을 해왔는데 내 힘이 부족해서, 분하고 억울해 눈물이 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익을 대상으로 「야스쿠니」 시사회를 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4월 18일 실제로 일본 우익 단체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평가는 크게 갈렸습니다. 역작이라는 평가와 졸작이라는 평가로요.

논란은 어떻게 끝이 났나

5월 3일, 도쿄 시부야 시네 아뮤즈에서 첫 일반 상영이 시작됐습니다. 비 오는 날이었는데 첫 회 두 시간 전부터 줄이 생기고, 그날 티켓이 전부 매진됐습니다. 그리고 취소 사태 이후 전국 20곳이 넘는 극장이 새로 상영 계획을 밝혔습니다.

AFP가 그날 관객을 인터뷰했습니다. 44세 남성은 영화가 상당히 객관적으로 만들어졌다며 반일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1945년생인 62세 여성은 이 영화로 처음 야스쿠니를 자세히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영화가 반전적이라고 평가하며, 영화관이 상영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야스쿠니」는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뒤 선댄스와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2008년 홍콩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Humanitarian Award for Best Documentary)을 수상했습니다.

「암살자(들)」 논란과 다른 점

일본에서도 처음엔 보지 않고 공격했습니다. 차이는 그다음입니다. 상영이 멈추자 좌우가 같은 말을 했습니다. 보고 나서 판단하게 하라고요. 한국은 아직 그다음 단계에 가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10월 6일, 경북 구미의 멀티플렉스 한 곳이 「암살자(들)」을 내렸습니다. 같은 날 국민의힘 대구·경북 의원 20명이 회견을 열어 예술적 상상력과 창작의 자유를 빙자해 교활하게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의원 109명 전원 명의로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 「암살자(들)」 상영 철회를 요청하는 서한이 발송됐습니다.

일본 신문들이 평소에 영화 사설을 쓰지는 않습니다. 영화관 다섯 곳이 상영을 멈췄을 때 썼습니다.

이들이 옹호하려고 했던 ‘표현의 자유’는 영화를 만든 쪽의 표현의 자유였습니다.

한국의 경우 9월 23일 개봉부터 10월 7일까지, 조중동 사설에 이 영화는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꺼낸 사람은 영화를 만든 쪽이 아닙니다. 북한상이라고 쓴 주진우 의원이, 자기 발언을 지키려고 꺼냈습니다.

댓글 2

  • Archive

    암살자들 영화도 영화로만 보라고 할 거면 탱크데이도 원래 하던 마케팅인데 그것도 마케팅으로만 봐야죠.

  • 소쿠리

    퍼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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