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점] 논란이 된 국회법 29조는 '겸직 금지' 취지인가, '겸적 허용' 취지인가?
“할 수 있다”와 “해도 된다”는 같은 말입니까?
논쟁의 한가운데에 조문 하나가 있습니다.

국회법 제29조(겸직 금지) 제1항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직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한 문장인데 읽기가 좀 까다롭습니다. 풀어보죠.
국회의원은 아무 직업이나 겸할 수 없습니다. 변호사도, 회사 임원도, 대학교수도 안 됩니다. 겸직하면 이해충돌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여기 딱 두 자리만 예외로 적혀 있습니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그러니까 장관입니다.
의원이 장관은 겸해도 된다는 뜻이죠.
처음 겸직을 고수하던 용혜인 후보자 측 논리는 간단했습니다. 법이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금지 목록에 없으면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조문을 실제로 펴보면 좀 다르게 보입니다.
첫째, 이 조문의 제목은 ‘겸직 금지’입니다.
허용 조항이 아니라 금지 조항이에요. 그리고 본문이 이렇게 시작합니다.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직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
읽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원칙은 “겸할 수 없다”이고, 장관직은 그 금지의 바깥에 놓인 겁니다. 권리를 부여한 게 아니라 금지 목록에서 빼둔 것이죠.
둘째, 헌법이 먼저 금지를 명령합니다.
헌법 제43조는 이렇게 돼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
금지가 원칙이고, 그 구체적 범위만 법률에 맡긴 구조입니다. 법률이 허용의 근거를 만들어준 게 아니라, 금지의 목록을 작성하라고 위임한 거예요.
셋째, 겸직하면 보수를 못 받습니다.
같은 조 8항입니다. 두 직위의 보수를 모두 받을 수 없고 실비 변상만 가능합니다.
권리라면 돈을 깎을 이유가 없습니다. 겸직을 이득으로 보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열어두되 유인은 없애겠다는 설계예요.
그럼 왜 이런 조항이 남아 있을까요.
제헌헌법의 흔적입니다.
1948년 헌법 초안은 원래 의원내각제로 설계됐습니다. 그런데 이승만이 대통령제를 요구하면서 막판에 절충식으로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의원내각제 요소가 일부 남았어요.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이 그중 하나입니다.
내각제에선 의원이 곧 장관이니 겸직이 당연하거든요. 그러니까 이 조항은 국회의원에게 권리를 주려고 만든 게 아니라, 설계 변경 과정에서 남은 부품입니다.
그리고 한 번 삭제된 적도 있습니다.
1962년 제5차 개헌은 대통령제로 복귀하면서 이 겸직을 아예 금지했습니다. 권력분립 원칙에 따른 거죠.
그러다 1969년 3선 개헌 때 그 금지 조항이 삭제돼 지금에 이릅니다.
권리로 확립된 역사가 없습니다. 금지됐다 풀렸다 했고, 마지막으로 풀린 게 3선 개헌 때였어요.
학계 다수설도 이쪽입니다.
대통령제 국가의 헌법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겸직을 금지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예외를 두려면 헌법에 명문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게 통설입니다. 그래서 국회법 제29조 1항처럼 겸직을 허용하는 것은 현행 헌법 체제와 합치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제기돼왔습니다.
흥미로운 지적도 있습니다. 2008년 이후 개헌한 의원내각제 국가들조차 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을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내각제 나라들도 안 하는 걸 대통령제 나라가 하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반대편 논리도 그냥 무시할 순 없습니다.
법이 안 막았으면 할 수 있는 게 맞습니다. 이게 법치의 기본 원칙이에요. “취지상 안 된다”는 말로 명문 규정을 뒤집기 시작하면, 그 해석은 누가 합니까.
그리고 이 관행이 생긴 26년간 아무도 이 조문을 고치지 않았습니다. 고칠 수 있었어요. 개헌도 필요 없고 국회법만 바꾸면 됩니다. 안 고쳐놓고 이제 와서 “원래 취지는 금지였다”고 하는 건, 편할 때만 취지를 꺼내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이 조항의 유래가 3선 개헌이라는 게 양날입니다. 출신이 나쁘다고 조문의 효력이 약해지진 않거든요. 나쁜 개헌으로 생긴 조항도 법은 법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같은 조문을 놓고 한쪽은 “허용됐으니 권리”라 읽고, 다른 쪽은 “금지에서 빠졌을 뿐”이라 읽습니다.
전자는 적극적 보장이고 후자는 소극적 미규제입니다. 결과는 같아 보이지만 성격이 전혀 달라요.
여쭙습니다.
금지되지 않았다는 것과, 보장된 권리라는 것은 같은 말입니까?
그리고 하나 더. 만약 같은 말이 아니라면 — 그 차이를 누가 판단해야 할까요. 법을 만든 국회입니까, 법을 적용받는 당사자입니까, 아니면 그때그때의 여론입니까?
참고로 이번엔 여론이 판단했습니다. 9월 13일 용 후보자가 물러났고, 민주당이 든 이유는 “국민적 공감대 부족”이었습니다. 법 해석이 바뀐 게 아니라 여론이 정리한 거죠.
국회법 29조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다음에 같은 일이 생기면, 또 여론이 판단하게 됩니다.
기다리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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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종류의 의견이 있는데, 뭘로 쓸래?
고급진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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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의견
편하게 써. 대신 이것만 확인해줘.
위의 글을 읽어 보고 쓰는 거야. 읽어봤지?
누군가를 말로 패주고 싶다면 잘못 왔어. 욕과 조롱은 금지. OK?
아, 그리고 유머감각을 잊지마!
아직 아무도 안 썼어. 첫 번째가 되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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