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 행정부와는 대비되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
① 동료를 직접 뽑는 유일한 수장
세 기관 수장의 인사권은 견제 장치의 유무에서 갈린다.
대통령은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임명에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장관급은 인사청문회를 거친다.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임명한다(헌법 제87조 1항). 임기는 5년이며 중임할 수 없고, 탄핵소추 대상이다.
국회의장은 1급 이상 고위공직자 38명을 포함해 고위직 124명의 인사권을 행사하고 연간 5,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관장한다. 다만 핵심 인사인 국회사무총장은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한 뒤 본회의 승인을 얻어 임명한다. 사무총장은 의장과 같은 당 소속 전직 의원이 맡는 불문율도 있다. 임기는 2년이며, 당선 다음 날부터 재임 중 당적을 가질 수 없다.
그리고 국회의장은 국회의원을 뽑지 않는다. 의원은 국민이 선출한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13명 전원을 제청한다(헌법 제104조 2항). 제청에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3배수 이상을 추천하지만, 위원회는 법원행정처장과 대법관 등으로 구성돼 대법원장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있다. 회의 전 과정은 비공개이며 대법원장에게 심사대상자 지정권이 있다.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 중에서 대법원장이 보임한다. 협의도 승인도 필요하지 않다.
그 밖의 인사 권한도 법조문에 흩어져 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헌법 제104조 3항). 판사의 보직, 평정, 연임발령과 그 거부, 겸직허가, 파견근무 허가, 휴직 허가, 겸임 허가도 모두 대법원장이 행한다(법원조직법 제44조 1항, 제44조의2 3항, 제45조의2, 제49조 4호·6호, 제50조, 제51조, 제52조). 판사가 중대한 신체상 또는 정신상의 장해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퇴직을 명할 수 있다(제47조). 법원공무원과 사법연수생도 대법원장이 임명한다(제53조, 제72조 1항).
외부 기관에 대한 지명권도 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 중앙선거관리위원 9명 중 3명을 지명한다.
규모는 이렇다.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상 판사 정원은 3,214명이며, 2024년 12월 개정으로 2029년까지 3,584명으로 증원된다. 2026년 2월 정기인사에서 전보 대상은 960명이었고, 이 중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520명이었다.
국회 동의는 견제 장치로 규정돼 있으나, 대법관 임명동의 표결이 부결된 사례는 1988년 이후 한 건도 없다.
한 헌법학 논의는 이를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대법원은 서로 대등한 대법관들로 구성된 합의제기관이고 대법원장은 재판장이자 대표자일 뿐 상급자가 아닌데, 대법원장이 동료 대법관을 사실상 선발하면 상호 간 대등성을 훼손하고 위계관계를 형성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2008년 결정에서, 대법원장이 각급 법원 직원에 대해 지휘·감독할 수 있는 사항은 사법행정 사무에 한정되므로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법원조직법 제13조 2항).
한편 헌법재판소는 2012년 법관 징계 관련 결정에서, 대법원장의 영향력은 하급법원보다 대법원장이 재판에 직접 참여하는 대법원이 더 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② 같은 돈, 다른 감시
경비 항목은 성격이 다르다. 업무추진비는 직무 수행에 드는 통상 경비로 영수증이 남는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와 사건 수사에 쓰는 경비로, 영수증 없이 집행할 수 있다. 특정업무경비는 특수한 업무 수행에 드는 실경비다.
업무추진비
국회는 2019년 1월부터 국회사무처 등 소속기관 부서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홈페이지에 매월 공개하고 있다. 당시 보도는 헌법기관 중 유일한 사례라고 전했다.
계기는 2018년이었다. 시민단체가 20대 국회 전반기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 예비비 공개를 요구해 7월 승소했으나 국회는 8월 항소했고, 이후 여론이 커지면서 문희상 의장 직속 국회혁신자문위원회가 공개 방침을 정했다. 2018년도 예산안 기준 국회 업무추진비는 약 113억 원으로, 의장단과 상임위원회 활동, 사무처 부서 운영, 회의와 행사 지원 등에 쓰인다.
대통령실은 2025년 9월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집행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업무추진비는 역대 정부가 유형별 금액과 사례만 공개해왔으나 일자별 집행 내역까지 공개하기로 했고, 특정업무경비는 그때까지 집행내역을 공개한 기관이 없었다고 밝혔다. 소송 결과가 아닌 자발적 공개였다.
대법원장 업무추진비는 2026년 9월 20일 MBC 보도로 처음 공개됐다.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2억 6,000여만 원의 상세 내역으로, 취임 2년 9개월 만이었다. 일부 고급식당 이용 기록에서 참석 인원과 식당 수용 규모가 맞지 않거나 1인당 결제액이 실제 메뉴 가격보다 낮게 기재된 사례가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법원행정처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특수활동비
국회는 2018년 8월 외교·안보·통상 목적의 최소한을 제외한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에 앞서 참여연대가 2015년 6월 2011~2013년 특수활동비 내역 공개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냈고, 1·2심 승소 후 2018년 5월 3일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확정했다. 소송 제기 3년 만이었다. 2016년 국회 특활비 예산은 78억 5,800만 원이었다.
대통령실은 특수활동비도 건별로 공개했다. 2025년 6~8월 집행내역이 309건, 합계 4억 6,422만 6,000원이며, 집행 일자와 유형, 집행 명목, 금액이 건마다 기재돼 있다. 유형은 외교·안보·정책 네트워크 구축, 민심·여론 청취 및 갈등 조정, 국정현안·공직비위·인사 등 정보 수집, 국민고통 위로 및 취약계층 격려, 국가 정체성 및 상징성 강화 다섯 가지로 분류됐다. 다만 집행 명목 중 상당수는 일부 문구가 비공개 처리됐으며, 지급 대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법원에는 2015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특수활동비 예산이 처음 편성됐다. 참여연대가 2018년 7월 발표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2015년 1월부터 퇴임일인 2017년 9월 22일까지 184회에 걸쳐 총 2억 2,360여만 원을 받았다. 월평균 690만 원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특수활동비 내역은 공개된 적이 없다.
감사와 감찰
헌법 제97조는 감사원의 직무를 결산, 회계검사, 행정기관 및 공무원에 대한 직무감찰로 규정한다. 감사원법 제24조 3항은 이 중 직무감찰 대상에서 국회·법원·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을 제외한다. 회계검사는 제외 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대법관들이 법적 근거 없이 월 200만 원의 격려금을 현금으로 받고 업무추진비로 용처가 불분명한 1억여 원어치 와인을 구매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됐다.
즉 예산 집행은 감사원이 검사할 수 있으나, 누가 어떻게 집행했는지에 대한 직무감찰은 자체 감찰에 일임된다. 법원의 자체 감찰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의 수장은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법관 징계도 마찬가지다. 법관징계위원회는 대법원에 두며, 위원장은 대법관 중에서 대법원장이 임명하고 위원 6명도 대법원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한다.
③ 지금의 구조는 유신헌법에서 만들어졌다
제3공화국 헌법에서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다원적 법관추천회의가 통제했다. 1972년 유신헌법이 이 기구를 폐지하고 제청권을 대법원장 개인에게 집중시켰다.
당시 대법원장 인사권의 성격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평가가 있다. 독재정권이 판사들의 서열 구조를 구축하고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강화해 사법을 장악하는 수단으로 활용했으며, 대법관 임명이 그 정점에 있었다는 것이다. 대법원장이 정권에 편승하는 판결을 하는 판사의 서열을 높이고 반대하는 판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었다는 설명이다.
④ 1987년 헌법은 주체를 옮겼다
민주화 이후 1987년 헌법은 대통령의 사법 장악을 해체하기 위해 판사의 신분 보장을 헌법적 가치로 격상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대법원장에게 이전했으며, 대법관 임명 절차에 국회의 동의를 추가했다.
다만 독재정권이 구축한 판사 서열 구조와 대법원장의 인사권은 그대로 유지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헌법재판소는 1998년 권한쟁의 사건에서 사법부 구성 방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국회는 국민의 선거로 선출된 의원으로 구성하고 대통령 또한 국민의 선거로 선출하도록 한 반면, 사법부는 국민의 선거에 의하여 구성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므로 대법원장과 대법관 모두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같은 결정은 헌법재판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에 대해서도, 국회가 3명을 선출하고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하며 대통령이 3명을 선임하도록 하여 세 헌법기관이 각 3분의 1씩 공동으로 관여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⑤ 다른 나라는 인사권을 나눠 놓았다
인사 주체.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헌법에 규정된 별도 기구가 법관의 임명, 징계, 전보를 담당한다.
이탈리아 최고사법위원회는 대통령, 대법원장, 검찰총장, 사법관 중에서 호선된 16명, 의회에서 선출된 8명의 법학교수 또는 변호사 등 총 27명으로 구성되며, 판사와 검사의 임명·승진·배치 등 인사에 관여한다.
프랑스는 여기에 더해 승진과 근무평정을 법무부와 별개인 승진심사위원회가 맡으며, 각급 법원의 사무분담과 사건배당은 각 법원의 법관회의가 결정한다. 사법관 상당수가 참여하는 노조의 회원들이 이들 기구에 위원으로 선출돼 인사 의결에 직접 참여한다.
독일은 사법행정 전반을 법무부가 담당하되, 의회가 참여하는 법관선출위원회를 중심으로 인사가 이뤄지고 법관인사자문위원회 등 법관 대표기구가 의견을 제시한다. 미국 등 영미법계는 법관들로 구성된 회의체가 사법행정을 주관한다.
한국은 해방 후 미군정 종료와 함께 사법행정 권한을 대법원으로 이관한 이래, 대법원장과 그 산하 법원행정처가 전적으로 주관해 왔다.
전보와 승진. 프랑스에는 법관 부동성 원칙(inamovibilité)이 있다. 본인의 동의 없이는 승진이나 전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여러 국가가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승진은 근무 연수가 아니라 경력과 능력 심사로 결정된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대다수 국가가 법관 전보를 극히 제한한다.
한국은 배석판사부터 대법관까지 8단계 이상의 사실상 승진제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다만 독립기구 방식에도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탈리아에서는 2019년, 사법부 자치기구의 전직 위원이 정당 관계자들과 만나 법원장과 검찰총장 인사를 논의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 결과 판사들의 경력과 승진이 법이 정한 대로 능력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어느 파벌에 속했느냐에 달려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사자는 이를 오래전부터 있던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출처
- 헌법재판소 1998. 7. 14. 선고 98헌라2 전원재판부
- 헌법재판소 2008. 1. 10. 선고 2007헌마1468 전원재판부
- 헌법재판소 2012. 2. 23. 선고 2009헌바34 전원재판부
- 대법원, 「대법원의 구성」
- 한국일보, 「국회의장, 어떤 자리기에」
- 한국경제, 「10년째 묶였던 판사정원 5년간 370명 늘어난다」
- 법률신문, 「법관 인사발령」(2026년 2월)
- 법률신문, 「독립기관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
- 법률신문, 「사법부 독립과 대법원장의 인사권」
- 참여연대, 「[논평]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
- 뉴스타파, 「20대 국회 특수활동비 지급 내역 최초공개」
- 대한민국 대통령실, 「업무추진비 등 집행내역 공개」
- 위키트리, 「조희대 업무추진비 처음 공개됐다」
- 서울신문, 「[기고] 대법원은 대법원장의 법원이 아니다」
- 서울신문, 「제청·인사권 쥔 막강 대법원장… 행정처는 '행동대장'」
- 경향신문, 「[정동칼럼] 대법관 임명의 헌법적 의미」
- 이종수, 「독일의 사법제도에 관한 소고 — 특히 법관인사 등 사법행정을 중심으로」(2017)
- Crime, Law and Social Change, 「The organizational reasons for wrongdoing: The case of Italy's Superior Council of the Judiciary」(2022)
- 오마이뉴스, 「법관을 교사처럼 뽑는다면? 독일은 그렇다」
-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집행내역(2025년 6~8월)」
- 한국일보, 「[단독] 국회, 업무추진비 내역 공개한다」(2018. 10. 4)
- 일간NTN, 「수당 등 국회의원 지원경비 모두 공개한다」(2019. 4. 1)
- 서울신문, 「"국회 특활비 공개" 대법 3년 만에 결론」(2018. 5. 3)
- 뉴스타파, 「특수활동비와 권력의 흑역사 그리고 검찰」(202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