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점] 국책사업으로 발생한 초과수익, 누구에게 선취권이 있는가?
이번 반도체 성과급 논란에는 빠진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이 사업이 국책사업이라는 것.
다른 산업이었다면 등장인물은 기업, 노조, 주주 뿐이겠지만 국책사업이란 드라마엔 정부란 등장인물이 또 있습니다.
국책사업에서 정부와 기업은 ‘부부’사이와 같습니다. 서로 해 준 게 많고, 그걸 몰라주면 섭한 것도 많습니다.
대통령이 던진 말
삼성 노조 문제로 한창 시끄럽던 2026년 5월 20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국민 공동의 몫이라고 할 수 있는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을 일정 비율로,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다는 건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
투자자도 세금을 떼고 남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을 받는데, 그 전에 가져가는 건 이해가 안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볼멘소리로 들릴 수 있습니다. 노조를 겨냥한 발언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국민 공동의 몫”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넓게 적용됩니다. 세금만 얘기하는 게 아니거든요.
나라가 넣은 것
세금부터 봅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받은 세액공제가 6조 5천억 원을 넘습니다. K칩스법 개정으로 2030년까지 최대 10조 5천억 원까지 늘 수 있고요.
한 건만 봐도 규모가 보입니다. 용인 기흥 차세대 R&D 단지에 20조를 투자하는 사업의 세액공제가 기존 약 2천억 원에서 최대 4조 원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공제율이 1%에서 20%로 올랐거든요.
땅도 나라가 만들어줍니다. 용인 클러스터는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습니다. 산업기반시설 설치비를 절반 이상 국비로 지원하고, 전력·용수 이중화시설은 전액 지원도 가능합니다. 인허가는 60일 안에 끝내주고, 예비타당성조사엔 특례가 붙고, 용적률은 법정 상한의 1.4배까지 허용됩니다. (→ 팩트카드: 국책사업에서 국가의 역할)
전기도 나라가 댑니다. 한전은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하려고 5년간 전력망 건설에 55조 원이 넘는 돈을 넣습니다.
외교도 걸려 있습니다. 트럼프 집권 이후 관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한국은 올해 7월 미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반도체 최혜국 대우를 받아냈습니다.
기업이 내준 것
기업도 국가를 나 몰라라 못합니다.
호남 클러스터를 보세요. 6월 29일 청와대 보고회에서 삼성과 SK가 광주·전남에 약 8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업이 원해서 고른 입지라기보다 정부의 균형발전 구상에 맞춘 쪽에 가깝습니다. 국가AI컴퓨팅센터도 비수도권 우대 원칙에 따라 전남 해남에 들어서고요.
관세 협상의 대가도 국가가 아니라 기업이 치릅니다.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와 4년간 1,000억 달러 LNG 구매가 협상 조건이었는데, 그 투자를 실제로 집행하는 건 기업입니다. 삼성은 370억 달러, SK하이닉스는 38억 7천만 달러 규모로 미국에 짓고 있습니다.
전력망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9월 3일 보도에 따르면, 한전은 55조짜리 전력망을 지을 돈이 모자라서 삼성전자에 약 20조 원, SK하이닉스에 약 5조 원의 전기요금을 5년치 미리 내달라고 제안했습니다. 국가가 인프라를 대주는 게 아니라, 기업 돈을 먼저 끌어 쓰고 이자를 쳐서 갚겠다는 구조입니다.
부부 사이의 분배
국책사업에서 기업과 정부는 한쪽이 주고 한쪽이 받는 관계가 아닙니다.
정부는 세제와 부지와 인허가와 외교를 댑니다. 기업은 자본과 기술을 대고, 정부가 원하는 곳에 짓고, 정부가 필요할 때 돈을 먼저 냅니다.
양쪽 다 상대가 없으면 안 됩니다. 전력망 없이 공장이 안 돌고, 기업의 투자 없이 나라의 수출도 없습니다.
즉 이 이익에는 두 개의 몫이 있습니다. 기업의 몫이 분명히 있고, 국가의 몫도 분명히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동업에는 보통 배분 조항이 있습니다. 누가 얼마를 대고, 이익이 나면 어떻게 나누고, 손실이 나면 누가 얼마나 지는지.
이 동업엔 그게 없습니다. 진정 부부 사이입니다. 그런데 이 부부에겐 ‘대화’가 없습니다.
지금 배우자 한쪽이 자기 식구들과 먼저 나눠 갖기로 정했습니다. 영업이익의 10%, 상한 없이. 다른 쪽은 그 자리에 없었고요.
대통령의 말이 볼멘소리만은 아니었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부부 싸움이 격화되면 서로 할 말은 있습니다.
기업 쪽 할 말은 이겁니다. 국가가 산업을 지원하는 건 그 산업이 성장해서 고용을 늘리고 세금을 더 내고 수출을 늘리라는 겁니다. 목적이 이미 있는 투자예요.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실제로 막대한 법인세를 냅니다. 지원을 근거로 이익까지 요구하면 이중 청구 아니냐는 거죠.
국가 쪽 할 말도 있습니다. 그 법인세는 할인된 금액입니다. 그리고 손실이 나면 어떻게 됩니까. 근로자는 성과급이 0이 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주주는 원금을 잃고, 국가는 세액공제를 돌려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건 반도체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지금 AI에 똑같은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내년 AI 예산이 10조 1천억 원입니다. 올해 3조 3천억의 세 배가 넘습니다.
GPU는 2028년까지 5만 장이 목표인데, 정부가 3만 5천 장을 직접 삽니다. 정부가 소유권을 가진 채 민간 클라우드 기업이 그걸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로 운영되고요.
국가AI컴퓨팅센터는 총사업비 2조 4,065억 원입니다. 사업자로 선정된 건 삼성SDS 컨소시엄이고, 참여사가 삼성SDS, 삼성전자, 삼성물산,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 KT입니다. 국가 전략시설을 대기업들이 짓고 운영합니다.
세제도 있습니다. AI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서 R&D에 30~50%, 인프라 투자에 15~35% 세제 지원이 적용됩니다. (→ 팩트카드: 국책사업에서 국가의 역할)
규모는 반도체보다 커질 겁니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다릅니다.
AI는 사람을 적게 씁니다. 반도체는 3만 5천 명이 나눕니다. AI 데이터센터는 그만큼 고용하지 않아요. 그럼 “노동의 몫”이라는 질문 자체가 다르게 성립합니다.
지금 정해지는 규칙이 5년 뒤 그 판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미래엔 더 적은 근로자가 10%를 나눠가진 뒤 정부와 주주들에게 몫을 나누어야 할까요?
분배에 대한 고민 : 대만과 한국
대만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TSMC가 GDP의 약 8%를 책임지는데, 그 호황을 직접 누리는 근로자는 약 90만 명. 전체 근로자의 10%뿐이거든요.
8월 17일, 라이칭더 총통이 2027년 예산에 전 국민 1인당 1만 대만달러, 약 44만 원을 편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총 10조 4천억 원 규모예요. 이름을 ‘AI 배당’이라 붙였습니다.
기업 이익을 직접 나누는 건 아닙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의 약 22%를 쓰는 겁니다.
논란은 큽니다. 야당은 입법원 합의를 안 거쳤고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긴다고 비판했습니다. 11월 지방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있고, 대만 정부 스스로 일회성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한국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8월 21일, 기획예산처가 반도체 호황으로 얻은 세수를 별도로 적립해 활용할 새 기금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박홍근 장관은 급격히 늘어나는 세수를 적립해 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했습니다.
대만은 나누고, 한국은 쌓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둘 다 같은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이 이익에 국민의 몫이 있다는 것.
여쭙습니다.
이익을 먼저 뗄 선취권이 있다면, 누구 겁니까.
자본을 댄 쪽입니까. 일한 쪽입니까. 조건을 만든 쪽입니까.
아니면 애초에 선취권이라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 사업인 건 아닐까요? 전력이 없으면 공장이 안 돌고, 자본이 없으면 공장이 없고, 사람이 없으면 물건이 안 나옵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성립하지 않는 일에 순서를 매길 수 있습니까.
그리고 하나 더. 이게 부부라면, 재산 얘기는 언제 합니까. 지금 AI는 혼인신고부터 하는 중입니다.
기다리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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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종류의 의견이 있는데, 뭘로 쓸래?
고급진 의견
의견은 짧게. 근거는 제대로.
저렴한 의견
편하게 써. 대신 이것만 확인해줘.
위의 글을 읽어 보고 쓰는 거야. 읽어봤지?
누군가를 말로 패주고 싶다면 잘못 왔어. 욕과 조롱은 금지. OK?
아, 그리고 유머감각을 잊지마!
아직 아무도 안 썼어. 첫 번째가 되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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