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에서 국가의 역할: 반도체·AI·방산
① 삼성전자가 지난해 받은 세액공제는 6조 5천억 원을 넘는다
정부는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세제·R&D·인프라 지원을 이어왔다. 그 결과 삼성전자가 지난해 받은 세액공제 혜택은 6조 5천억 원을 넘어섰다. 이른바 K칩스법 개정으로 2030년까지 최대 10조 5천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개별 사업 단위로 보면 변화 폭이 크다. 삼성전자가 용인 기흥 차세대 R&D 단지(NRD-K)에 2030년까지 20조 원을 투자하는 사업의 경우, 세액공제 혜택이 기존 약 2천억 원(공제율 1%)에서 최대 4조 원(20%)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② 산업기반시설 설치비는 절반 이상을 국비로 지원한다
정부는 2024년 평택·기흥·용인을 잇는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발표하며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 비용 지원에 나섰다.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전기·용수·도로 등 산업기반시설 설치비의 절반 이상을 국비로 지원한다. 현재 국비 지원 비율은 비수도권 50%, 수도권 40%다. 전력·용수 공급 중단을 막기 위한 이중화시설이 필요하거나, 국가균형발전이 요구되거나, 입주 기업 중 중소기업 비중이 30%를 넘는 경우에는 설치비 전액 지원도 가능하다.
행정 지원도 함께 이뤄진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라 반도체 특화단지 인허가를 60일 내에 처리하는 ‘인허가 타임아웃제’가 도입됐고, 예비타당성조사 특례와 규제 민원 신속처리가 적용된다. 산업단지 용적률은 법적 상한의 1.4배까지 허용된다.
③ 전력망 건설에는 5년간 55조 원이 투입된다
한국전력공사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전력망 건설에 55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한다. 2027~2029년 송배전 투자 계획은 전년 대비 9.6% 확대됐다.
재원 조달 방식도 논의되고 있다. 2026년 9월 보도에 따르면 한전은 삼성전자에 약 20조 원, SK하이닉스에 약 5조 원 등 5년치 전기요금 약 25조 원을 미리 납부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세부 조건을 협의 중이다. 확보한 자금은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구축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선납금에는 국고채 2년물 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지급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용량 전력을 사용하는 산업용(을) 고객은 약 4만 2천 호로 전체 이용 고객의 0.2% 수준이지만, 이들의 전력 사용량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④ AI 예산은 1년 만에 세 배로 늘었다
정부는 2026년 AI 분야 예산으로 10조 1천억 원을 편성했다. 기존 3조 3천억 원에서 세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AI 컴퓨팅 인프라 확보가 핵심이다. 정부는 2028년까지 엔비디아 B200 성능 기준으로 첨단 GPU 5만 장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며, 이 중 3만 5천 장은 정부 구매분, 1만 5천 장은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분이다.
주목할 점은 운영 방식이다. 정부 예산으로 구매한 GPU는 정부가 소유권을 보유한 채 민간 클라우드 기업이 이를 활용해 대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세제 지원도 있다. 정부는 2025년 3월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AI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첨단 AI 연구개발에는 30~50%, AI 인프라 투자에는 15~35%의 세제 지원이 적용된다. AI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우대와 입지·시설 관련 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⑤ 국가 AI 시설은 대기업 컨소시엄이 짓는다
국가AI컴퓨팅센터는 초거대 AI 연구·개발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고성능 연산 자원을 공급하는 국가 전략시설이다. 총사업비는 2조 4,065억 원 규모이며, 전남 해남 솔라시도에 조성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에서 최종 참여자로 선정된 것은 삼성SDS 컨소시엄이다. 컨소시엄에는 삼성SDS, 네이버클라우드, 삼성물산, 삼성전자, 카카오, KT, 클러쉬, 전남도,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이 참여한다. 출자금은 4천억 원이다.
정부는 2028년까지 GPU 1만 5천 장, 2030년까지 5만 장을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⑥ 방산 수출은 국회가 법을 고쳐야 성사됐다
무기 수출은 수출국이 구매국에 정책금융과 보증보험을 지원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다. 미국은 수입국에 대규모 차관을 제공하고, 중국은 25~30년간 저리로 대금을 빌려준다.
2022년 폴란드와 체결한 1차 무기 수출 계약 규모는 약 17조 원이었다. 폴란드는 구입 대금의 70~80%를 빌렸고,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계약액의 약 80%에 해당하는 100억 달러 규모의 대출과 보증을 지원했다.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1차 계약 지원만으로 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 소진율이 98.5%에 달하면서, 30조 원 규모로 추진되던 2차 계약이 금융지원 한도에 막혔다.
2024년 2월 29일, 국회는 수출입은행 법정자본금 한도를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늘리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재석 211명 중 찬성 148명, 반대 29명, 기권 34명으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국민의힘 박진·윤영석 의원, 더불어민주당 정성호·양기대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⑦ 세 산업의 공통 구조
세 산업 모두 국가가 사업 조건의 상당 부분을 구성한다.
반도체는 세제와 인프라, 인허가 절차에서 지원을 받는다. AI는 정부가 GPU를 구매해 민간에 제공하고, 국가 전략시설을 민관 합동으로 구축한다. 방산은 국가 금융기관의 지원 여력이 수출 계약의 성사 여부를 좌우한다.
이익 배분 방식은 각 기업의 노사 협상과 이사회 결정으로 정해진다.
출처
- 서울신문, 「삼성 반도체 세제 혜택만 10.5조…"기업 혼자만의 성과 아니다"」
- 서울신문,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시설비, 최대 100% 예산 지원」
- 뉴시스, 「[단독] 한전, 5년간 송배전망 55조원 투자…반도체·AI 수요에 9.6%↑」
- 사회적경제신문, 「한전,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전기료 25조 선납 제안」
- 뉴시스, 「AI 투자 3배 늘어난 10조 편성…GPU 5만장 조기확보」
- 머니투데이방송, 「2조 4000억 투입, 해남 솔라시도에 '국가 AI컴퓨팅센터' 세운다」
- 뉴시스, 「정책금융 확대 움직임에…방산업계, 수출 기대감 '쑥'」
- 메트로신문, 「'K-방산' 숙원, 수출입은행법 통과…폴란드 수출 '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