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N%’ 논쟁이 남긴 후폭풍들
올해 한국에서 가장 뜨거웠던 숫자는 “10%”였습니다.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달라. SK하이닉스가 그렇게 합의했고, 삼성전자는 10.5%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온 나라가 술렁였죠.
액수를 보면 왜 그런지 압니다. 증권가 전망대로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250조 원이면 성과급 재원은 25조 원입니다. 임직원 3만 5천 명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세전 약 7억 원. 물론 균등 배분을 가정한 추정치지만, 규모는 짐작이 되실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놀란 건 액수만이 아니었습니다.
첫째. 지분 없이 지분을 요구한다는 것
영업이익의 10%를 상한 없이 달라는 건, 따져보면 이익에 대한 지분권 주장입니다. 회사가 벌면 정해진 비율만큼 내 몫이 생긴다는 거니까요.
그런데 재밌는 게 있습니다. 진짜 지분을 가진 사람들도 그런 요구를 못 합니다.
배당도 자사주 소각도 이사회가 정하고 주주총회가 승인합니다. 주주가 배당 늘려달라고 파업하는 건 들어본 적이 없죠. 할 수 있는 건 주식을 파는 것뿐입니다. 비율이 미리 정해져 있지도 않습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0%를 계약으로 못 박았고, 주주는 그해 이사회 판단에 따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분 있는 사람은 주는 대로 받고, 지분 없는 사람은 명확한 분배권을 요구합니다.
여기서 위화감이 옵니다. 이 낯선 순서가 정당한가요?
둘째. 이런 투쟁은 처음 본다는 것
우리가 아는 노동쟁의는 생존이었습니다. 밀린 월급, 죽지 않고 퇴근하기, 최저임금, 해고 반대. 싸움의 이유는 늘 무언가의 ‘부족’이었죠.
이번엔 다릅니다. 7억을 받을 수 있는데 왜 못 받느냐는 ‘부유함’을 위한 싸움이에요.
꼭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한국 사회가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다는 게 중요합니다. 낯선 건 판단이 어렵거든요. 그래서 다들 한마디씩 했습니다.
SK는 현명하게도 조용하게 잘 처리했습니다. 낯선 일들은 원래 집안에서 스무스하게 처리해야 무탈합니다.
그런데 삼성은 깃발을 들었습니다. 노조가 15%를 상한 없이 요구했고,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했고, 평택에서 투쟁결의대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돌은 삼성이 다 맞았죠. 영업이익 10%를 먼저 한 건 SK하이닉스였는데 뒤따라간 삼성만 얻어맞았습니다. 세상일이 대체로 그렇긴 합니다.
그러는 사이 N%는 전국구가 됐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요구했습니다. 순이익 10조 3,600억 기준으로 3조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어요. 협력업체 직원에게도 같은 30%를 적용하라고 명시했습니다.
삼성은 달랐습니다. 협력사 직원들과도 성과를 나눠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노조 위원장이 이렇게 답했거든요.
“정규직은 공부도 많이 한 분들이고, 입사할 때 채용 조건이 달랐는데, 일률적으로 같은 선에서 봐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청 노조가 원하면 직접 교섭하면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시간당 임금이 65.2%입니다. 격차가 10년 만에 최대라고 하고요.
HD현대중공업도 영업이익 30%를 외쳐봅니다. 노조가 구체적 비율을 내건 건 창사 이래 처음이라고 합니다. HD현대삼호도 30%, 기아도 30%. 카카오 계열사들은 13~14%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었구요.
경총은 회원사에 특별 권고문을 돌렸습니다. 영업이익 활용은 경영 판단의 영역이며 근로조건과는 구분해야 한다고요.
결국 나라가 나섰습니다
9월 3일, 고용노동부가 시행지침을 냈습니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의무적 교섭 대상도, 쟁의행위 대상도 아니라는 내용이었어요. 다만 노사가 자율로 합의하는 건 가능합니다.
즉 주는 건 되고, 요구하는 건 안 됩니다.
그리고 9월 8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이 불법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7월에 그 협상을 중재했던 사람입니다.
그럼 다 끝난 걸까요?
아닙니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금 시끄럽습니다. 부위원장이 위원장의 조합비 집행을 문제 삼아 수사 의뢰를 예고했고, 그 부위원장은 불신임 투표 대상에 올라 있습니다. 25조를 협상한 조직이 4억짜리 회계 문제로 흔들리는 중이에요.
DS와 DX 부문의 성과급 격차는 100배까지 벌어졌습니다. DX 직원들은 검은 옷을 입고 출근했고요. 이것이 예상 밖의 결과인가요, 충분히 예상가능한 결과인가요?
주주단체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전원과 노조 집행부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장관도 공수처에 고발했고요.
그리고 하나 더 남았습니다.
이 성과급, 아직 주주총회를 지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이제 이사회 사전 검토와 주주총회 결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지금은 그런 절차가 없다는 뜻이죠.
돈은 이미 나눴고, 허락은 아직입니다.
주주총회는 자동으로 통과되는 걸까요?
퀘스천스는 여기서 좀 다른 걸 묻고 싶습니다.
이 이익에 국가는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 지분 없이 이익의 지분을 갖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그리고 같은 회사 안에서 100배가 갈렸는데 그걸 성과주의라 부를 수 있는지.
여러분 생각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