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지식] ‘영업이익’의 두 얼굴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달라. 올해 이 요구가 전국구가 됐습니다.
삼성전자 10.5%, SK하이닉스 10%. 현대차는 순이익의 30%, HD현대중공업과 기아도 영업이익의 30%를 걸었고, 카카오 계열사는 13~14%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이 뉴스를 보며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우리 회사엔 뗄 영업이익이 없는데.
그런데 영업이익이 뭔가요
손익계산서는 위에서 아래로 빼나가는 구조입니다.
매출액에서 원가를 빼면 매출총이익.
거기서 인건비, 임대료, 광고비 같은 판관비를 빼면 영업이익.
거기서 이자를 빼고, 세금을 빼면 당기순이익.
그러니까 영업이익은 장사해서 번 돈이고, 당기순이익은 갚을 거 다 갚고 남은 돈입니다.
여기가 중요합니다
영업이익 아래에 아직 안 뺀 게 두 개 있어요.
이자. 은행과 채권자에게 줄 돈입니다.
법인세. 국가에 낼 돈입니다.
그러니 영업이익의 10%를 떼면, 그 돈은 주주 몫에서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은행이 받을 이자와 국가가 걷을 세금이 아직 들어 있는 통에서 먼저 퍼가는 셈이죠.
고용노동부가 지침에서 든 논거가 정확히 이겁니다. 영업이익은 이자·법인세·배당이 공제되기 전 이익이라 주주·채권자·국가의 법적 권리의 재원이라는 것.
한국감사인연합회도 성과인센티브는 영업이익이 아니라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그런데 노조가 영업이익을 고른 이유도 있습니다
삼성전자 노조가 기존 EVA 방식을 문제 삼은 이유가 산출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거였어요. 회사가 계산식을 쥐고 있으면 얼마가 나올지 노조가 검증할 수 없다는 거죠.
영업이익은 분기마다 공시되는 숫자입니다. 누구나 확인할 수 있고요. 계산식을 두고 다툴 일이 없습니다.
즉 노조가 영업이익을 택한 이유는 금액이 커서가 아니라 검증 가능해서일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사장님들 얘기가 여기 있습니다
영업이익의 10%를 떼자는 얘기가 성립하려면, 영업이익이 이자보다 훨씬 커야 합니다.
한국 기업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은행 2024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40.9%입니다. 10곳 중 4곳이에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3년(30.6%) 이후 역대 최고치입니다.
더 심한 건 이겁니다. 영업이익이 아예 마이너스인 기업이 28.3%입니다. 10곳 중 거의 3곳이 장사해서 적자를 냈어요. 이것도 역대 최고입니다.
조사 대상이 외부감사를 받는 법인 3만 4,167곳인데, 전체 기업의 83%가 중소기업입니다.
정리하면
영업이익은 번 돈이지 남은 돈이 아닙니다. 그 안에 은행 몫과 나라 몫이 아직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기업 10곳 중 4곳은 그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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